4월 1일 현재 77위. 쟁쟁한 K-POP들 사이 차트 100위의 벽을 뚫고 진입한 노래가 있다. 2014년에 발매되어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이 노래를 이제 대한민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창작에는 순위가 없다’는 멋진 의견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 음원차트를 없애는 추세이긴 하지만, 한참 잊고 있다가 우연히 들어가 본 음원차트에서 발견한 익숙한 제목이란. 세상살이에 치여 잊고 있던 싱숭생숭, 말랑 몰랑한 추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 추억들과 함께 아무리 새로운 노래가 나와도,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이 노래는 봄의 뒤를 따라 우리 곁으로 온다. 이 노래가 나는 아직 반갑지만, 이제는 벚꽃 좀비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는 걸 보면, 누군가에게는 지긋지긋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우리는 이 봄에 이 노래를 또 듣게 되겠지.
담백한 가사에 달콤한 멜로디, 그리고 장범준 특유의 목소리까지. 장점들만 더하고 더해 모두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곡이 탄생했다. ‘그대여’라는 말을 언제 들어볼 수 있을까. 현실의 연인이 내게 한다면 몸서리치게 멀리 있는 말이지만, 노래에선 허용된다. 그리고 봄에 대한 모든 판타지를 응집해놓은 가사는 가장 달콤한 봄의 순간으로 듣는 이를 데려간다. 어느 순간 녹아버린 자신을 발견한 눈사람처럼 우리는 봄과 장범준이 부리는 은근한 마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이 노래는 또 돌아왔네, 하면서 건너뛰기 버튼은 누르지 않는 것처럼. 하긴 이미 녹아버렸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하지만 그의 달달한 봄 노래가 질린다면 조심스럽게 추천해 보고 싶다. 장범준 2집의 5번 트랙, [봄비]는 좀 더 안정된 그의 노래들을 만날 수 있다. 그의 특유의 목소리와 감성이 잔잔한 봄비처럼 주르륵 흘러내린다. 버스커 버스커 1집의 [소나기]와, 같은 앨범의 [빗속으로] 와는 다른 잔잔한 그리움이 오래 남는 곡이다. 올해 생각보다 봄비가 자주 찾아올 것 같으니, 어느 날 비가 내리고 문득 이 글이 떠오른다면 들어보시기를.
모두가 사랑하는 <벚꽃엔딩>을 제외하고도, 그의 노래에는 이상한 힘이 있다. 어느 순간 우리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의 동아리방 혹은 과방으로 듣는 이를 데려가는 이상한 힘이. 불안하고 깜깜하고 모든 게 서툴지만 돌아보면 새벽처럼 푸르스름한 빛을 머금고 있는 그 시절로. 사실 나의 대학 생활은 그의 노래 가사처럼 누군가와 비를 기다려보지도, 벚꽃잎이 휘날릴 때 같이 걷고 싶었던 이가... 있기는 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고, 재미없이 바빴던 것 같은데, 이 노래를 들으면 마음 한편에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사랑을 했던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그의 경험과 상상을 넘어, 듣는 이들의 경험과 상상까지 통틀어서, 불발 되었던 사랑이 그의 노래에는 있다. 어쩌면 우리 안에 있던, 기록 없이 사라진 마음들이 그의 노래를 타고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지도 모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목을 참 잘 지었다. 벚꽃 엔딩. 얄궂은 바람이 꽃을 멀리 보내도 우리는 손을 잡고 거리를 걸으며 봄을 가장 행복하게 누릴 것이다. 저 제목처럼 벚꽃은 져도 봄은 지지 않으니. 계절은 순환이라는 영원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순환에 올라탄 이 노래가 영원을 증명해 주길 바라면서 이 글을 적는다. 한차례의 계절을 지나 다시 봄이 온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봄에도 이 노래처럼, 지지 않고 도착한 벚꽃잎처럼 흐드러지게 아름다운 순간들이 다시 돌아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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