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솔의 79문 79답
안녕하세요. 1 0 0 4 독자님. 은솔입니다.
시간에 대한 글을 보내드리며 메일링을 시작한 지도 한 달이 지나 포근한 봄기운이 자주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오늘은 싸이월드로 100문 100답을 주고받던 시절로 돌아가 욱림솔훈의 79문 79답을 준비했습니다.
에세이 한 편을 쓸 때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질문에 진심을 다해 답을 적고 있는 저(욱림훈도 다르지 않았던)의 모습을 발견하며, 빼곡한 질문에 나만의 답을 써 내려가고 공유하는 것에 진심이던 y2k 감성을 오랜만에 추억해 볼 수 있어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독자분들도 79문 79답을 할 수 있도록 문답 양식을 나누어 드립니다. 이 링크를 클릭해서 욱림솔훈이 답한 질문에 여러분만의 답을 채우고 자유롭게 공유해주세요. 각자의 방식대로 이 메일을 즐기며 지금 우리의 한 페이지를 함께 써 내려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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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0 0 4 ⊂ト○løł己l ☆
ᘳ´• ᴥ •`ᘰ 훈
(。•̀ᴗ-)✧ 솔
˘◡˘ 림
› ᴗ ‹⋆ 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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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름 ↦ 오은솔
2. 별자리 ↦ 황소자리
3. 혈액형 ↦ O
4. MBTI ↦ esfj
5. 나의 별명 ↦ (별명이라기보단 애칭이 있다) 솔, 솔아, 솔이
6. 최근 관심사 ↦ 지속가능하고 효율적이고 만족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다...
7. 아침 루틴 ↦ 알람 끄기, 노래 들으면서 선크림 바르기, 제습기 켜고 나가기
8. 자기 전 루틴 ↦ 알람 맞추기, 날씨 확인하기, 내일 입을 옷 생각하기, 내일 일정 메모장에 적어보기
9. 집에서 심심할 때 하는 일 ↦ 누워서 읽을거리 찾기
10. 좋아하는 가수 ↦ 테일러 스위프트, 찰리 푸스, 코난 그레이, 데이식스, 하현상, 브라운아이드소울, 카더가든
11. 좋아하는 배우 ↦ 덕질을 못하는 편이라 잘 떠오르진 않지만... 최성은 배우님의 이미지를 좋아한다. <괴물>과 <십개월의 미래>에서 보여준 연기도 좋았다.
12. 요즘 자주 듣는 노래 ↦ Anywhere But Home - 슬기 (도입부 분위기가 특히 좋다)
까만 이 Jacket 툭 가볍게 걸쳐 칠흑 같은 밤 속으로 난 숨어들어 긴 머리를 두 번 감아올린 다음 Helmet 속으로 감춰 난
13. 인생 노래 ↦ Getaway car - Taylor Swift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제법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데, 일단 한 편의 뮤지컬 같은 기승전결이 좋았다. 노래를 들으면 오픈카를 타고 주황빛 태양 아래 미국 서부를 달리는 모습이 그려진다. 노래 첫 시작에 “Nothing good starts in a getaway car”라는 노랫말이 들리는데, 곡 내용은 애인을 떠나 다른 사랑의 차에 올라 도망가는 이야기지만, 나는 이 가사가 사랑뿐 아니라 인생에서 도망치거나 피하면서 좋은 일을 기대할 수 없다는 말로 들렸고, 덜컥 겁이 나거나 마음을 다잡고 싶은 순간에 이 노래를 반복적으로 찾아 듣게 되었다. 그리고 <미스 아메리카나>에서 테일러 스위프트가 이 노래를 작곡하는 과정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친한 프로듀서와 처음에는 머릿 속에 떠오른 가사를 주절주절하다가 어떤 상황을 그리고 서로 말을 덧붙여 짜잔하고 좋은 소절이 만들어져 서로 찾았다!는 표정을 짓는 그 모습이 정말 멋있어 보였고 내가 다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비트가 빨라지고 고조되는 분위기에 테일러 스위프트가 어떻게 이 부분의 가사를 썼는지 생각하면서 이 곡에 흠뻑 몰입하게 된다.
14. 좋아하는 음식 ↦ 마라샹궈 이즈 마이 소울 푸드
15. 싫어하는 음식 ↦ 동물의 살점
16. 이상형 ↦ 다정한 사람, 반전 매력이 있는 사람
17. 나랑 친해지는 법 ↦ 멋진 사람이면 제가 먼저 찾아가요.
18. 요즘 가장 하고싶은 것 ↦ 회사 일 말고 돈 버는 일
19. 내 보물 1호 ↦ 생각해본 적 없지만 나인 것 같다
20. 내 목표(꿈, 장래희망) ↦ 죽을 때까지 환경 운동에 조금이라도 참여하기
21. 기억에 남는 추억의 장소 ↦ 가족과 20년이 넘게 다닌 여름 휴가지 외할아버지가 엄마를, 엄마가 아빠를, 그리고 엄마, 아빠가 나와 동생을 여름마다 이곳에 데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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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습관, 버릇 ↦ 빨리 걷기, 장애물이 있으면 기다리지 않고 돌아서 앞질러 가기
23. 나만의 징크스 ↦ 없다
24. 좋아하는 계절 ↦ 봄
25. 즐겨보는 유튜버 ↦ VIVO 티비, 김일오, 때잉
26. 좋아하는 색깔 ↦ 자주 입거나 소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노란색
27. 좋아하는 과일 ↦ 체리 맛있어서 좋아하기도 하지만 생김새가 매력적이다. 조금 단단하면서 하트처럼 굴곡진 모양을 하고, 베어물면 아주 깊고 짙은 붉은 빛 과육이 보인다. 적당히 작고 둥근 씨의 생김새까지 귀엽다.
28. 좋아하는 동물 ↦ 동물과 친해져 본 적이 없어 딱히 없음.
29. 좋아하는 라면 ↦ 정면, 비건 라면 만들어 준 풀무원 사랑해요
30. 좋아하는 캐릭터 ↦ 샐리
나는 샐리가 무표정한 병아리라서 좋아했는데, 얼마 전에 누가 샐리는 무표정이 아니라 귀여운 표정이라고 그랬다. 아주 맞는 말인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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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지금 카톡 프사 ↦ 나
32. 내 성격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 안절부절, 기준이 높은 완벽주의
33. 잠이 안올 때 하는 것 ↦ 책 읽기, 뭐든 보기
34. 이동시간에 하는 것 ↦ 인스타그램, 노래듣기
35. 노래방 가면 항상 부르는 노래 ↦ 나에게로의 초대 (내 안에 살아있는 4분 짜리 롹커정신)
36.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 귀신
37.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 ↦ 이성을 잃은 인간 38. 민초단 vs 반민초단
↦ 반민초
39. 가장 좋아하는 베라 맛 ↦ 지금은 베라를 먹지 않지만, 심지어 녹차 안 좋아하지만...그린티
40. 낯가림 vs 낯 안가림 ↦ 낯 안가림에 가깝다
41. 읽씹 vs 안읽씹 ↦ 읽씹
42. 낮 vs 밤 ↦ 낮
43. 스트레스 해소법 ↦ 일상에서는 요리를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감소하는 것 같다
44. 인생 좌우명 ↦ 디폴트(기본값)는 최선을 다한다
45. 가장 많이 쓰는 어플 ↦ 음악
46. 최근 가장 웃겼던 말이나 짤 ↦ ㄴㅏㄴ 정 말 웃고 싶을 ㄸㅐ 식스센스 레전드 웃음 참기 게임 모음을 봐...☆ ↦ ㅎㅏ 나 더 있어... 내 웃음 버튼 스님 앞에서 마젤토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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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요즘 읽고 있는 책 ↦ 날씨와 얼굴 - 이슬아 ↦ Pachinko - Min Jin Lee
48. 인상 깊게 읽은 책 ↦ 인간 없는 세상 - 앨런 와이즈먼
↦ 소란 - 박연준 ↦ 피프티피플 - 정세랑 ↦ START WITH WHY - 사이먼 사이넥
49. 좋아하는 작가 ↦ 정세랑
50. 좋아하는 문장 ↦ 문장을 모으지 않는 편 맥락에 감동하는 편이라고 적었다가,
글을 수정하며 <소란>을 펼쳐 이 문장을 적고 싶어졌다.
"그래요. 나는 사랑이 자신의 몸을 통째로 써서 나무를 심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 "이제 나는 사랑이 흙속 깊이 손을 파묻어 뿌리로 삼고, 스스로 나무가 되어 피어나는 일이라고 믿지 않아요. 그런 사랑은 평생에 딱 한 번뿐일 테니까요. 그보다 사랑은 연약한 뿌리, 공중에서 부유하는 뿌리를 서로 보듬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51. 최근에 산 책 ↦ 날씨와 얼굴 - 이슬아
52. 글쓰기 루틴 ↦ 메모에 3줄 적기, 미루기, 미루기, 조금 쓰기, 미루기, 의자에 앉기, 매트리스에 앉기, 마감하기
53. 글 쓸 때 영감을 얻는 방법 ↦ 버스 타기, 욱림훈 글 다시 꺼내 읽기
54. 가장 아끼는 물건 ↦ 잃어버리면 아까울 것 같은 건 아이폰
55. 넷플릭스(왓챠) 추천 프로그램 ↦ 스릴러, 반전, 사이코패스물 괜찮다면 - 범죄의 재구성, 비하인드 허 아이즈 (솔직히 전개를 예상할 사람 없다, 놀라지 않을 사람 없다...) ↦ 현실의 다양한 주제와 삶에 관심 있다면 - 조용한 희망, 그리고 베를린에서
56. 좋아하는 브랜드 ↦ 모스그래픽, 마더그라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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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다시 태어난다면 되고 싶은 것 ↦ 미션임파서블에 나오는 비밀요원 일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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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돈 생기면 가장 많이 쓰는 곳 ↦ 친구들과의 약속...
59. 요즘 가장 갖고 싶은 물건 ↦ 봄 아우터
60. 죽을 때 유언으로 남기고 싶은 말 ↦ 채식 시작하세요, 제로 웨이스트 시작하세요.
61. 내가 잘하는 음식 ↦ 버섯을 맛있게 익힌 파스타, 슴슴한 맑은 국물 요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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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친구가 약속시간에 1시간 늦었을 때 나는? ↦ 일단 혼자 카페에서 친구를 기다리고 있는다. 친구가 오면 왜 늦었는지 이유를 들어본다.
63. 1년 전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 ↦ 그때도 나름 고생이 많았구나.
64. 백만원이 생기면 하고 싶은 것 ↦ 50만원은 엄마아빠 용돈 드리고, 20만원은 기부하고 30만원은 내가 갖고 싶은 것 사기
65. 남들에 비해 잘하는 것은? ↦ 상황 파악하고 정리하기, 안될 것 같을 때 대안 찾기.
66. 남들에 비해 못하는 것은? ↦ 마냥 긍정적이기, 생각한대로 바로 행동하기
67. 주량 ↦ 맥주는 500은 네 캔도 가능, 데킬라는 반 병, 그러나 소주는 한 병도 못 마신다.
68. 나의 tmi ↦ 부쩍 외로움을 탄다
69. 나의 단골집 ↦ 요즘은 효창공원 리틀갱스터 그리고 회사 카페
70. 좋아하는 단어 ↦ 우리
71. 내가 자주 쓰는 말 ↦ 정말 언제나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즘은 "이해했어요"를 많이 쓴다.
72. 내가 좋아하는 공간 ↦ 빛이 잘 드는 큰 창이 있는 어디든
73. 몇 살까지 살고 싶은지 ↦ 60정도...? 그 전에 지구 온난화로 더 빨리 죽게 될 것 같다.
74. 여행 가면 가고 싶은 지역, 나라 ↦ 버킷리스트가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떠나는 것인데 아직도 못 갔다. 4년 째 노트북으로 감상 중인 오로라를 실제로 보고 싶어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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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무인도에 가져갈 3가지 ↦ 물 정화기, 칼, 책 한 권
76. 내가 갖고 싶은 초능력 ↦ 상대를 100%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면 국회랑 청와대로 가서 정치인들이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 수 있게 설득할 것이다.
77. 나의 행복 ↦ 고요한 공간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78. 문답 쓰는 데 걸린 시간 ↦ 20분 정도..?였다가 수정만 1시간...
79. 지금 하고싶은 말 ↦ 문답을 적어보세요. 나는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인가 생각해 보게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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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을 마치고
요즘 작은 기쁨이 있다면 무언가 읽고 싶을 때 읽을 수 있는 글이 넘친다는 것이다. 머리맡에 둔 읽다 만 책, e북, 뉴스레터 언제든 다양한 글을 쉽게 찾아 읽을 수 있다. 우리 글을 읽는 독자들은 어떤 글을 읽고 있을까. 재밌는 글이 넘치는 세상에서 그들에게 이번 글은 흥미로울까? 욱림훈과 함께 문답을 메일링 소재로 정하고 나서도 나는 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다 우연히 누군가가 스토리로 공유한 시니컬한 태도를 경계한다는 글을 보았다. 조금씩 다르게 해석하겠지만 시니컬하다는 건 냉소적이고 무심하고 담담한, 선을 잘 넘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태도를 경계하는 것은 처음 들어본 의견이었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너무 정 주지마”, “선 넘지마”, “자기 것 잘 챙기는 사람이 똑똑한 거야”, “감정 기복은 드러내지 말고” 같은 말들을 들었고, 다정함보다 시니컬함을 더 요구받았던 것 같다. 점점 시니컬함에 익숙해져 답장 대신 체크 이모지를 보내고, 하트를 누르거나, 그마저도 스쳐 지나가는 식으로 서로의 이야기에 더 얕고 희미하게 반응하게 되었다. 서로를 향한 느슨함 혹은 무관심이 어쩔 수 없는 사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서. 시니컬함을 경계하자고 말한 사람은 이런 마음이 안타까웠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 문답을 걱정했던 이유도 이 시니컬한 타인의 모습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었다. 상대에게 관심을 원하고 관심을 갖는 자연스러운 행동이 단숨에 관심을 애쓰는 사람으로 보이며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고 쉽게 외면받기도 하는 세상에 내놓는 사실적이고 사적인 글이니까.
그러나 나만의 문답을 적고 나니 걱정은 사그라들고 그저 욱림훈의 문답이 궁금해졌다. 사람이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모습인지 새삼스러워질 만큼. 누군가 이 글을 복사해서 어딘가에 어떤 답을 적고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오늘은 시니컬한 마무리를 버리고 우리에게 메일로 답장을 전해주거나 롤링 페이퍼에 문답을 한 줄을 남겨준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고 적고 싶어졌다. 우리의 글이 닿는 곳에 민초를 좋아하고 웃픈 짤을 모으면서 강아지를 만지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이야기를 언제든 반갑게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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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3. 14 욱림솔훈 다이어리 | p. 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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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저작권은 욱림솔훈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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