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한창인 유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벌써 마지막이라니요. 유월의 마지막은 욱림솔훈 1004 하나 그리고 넷의 이야기의 마지막이기도 한데 말이죠. 눅눅한 날씨가 계속되어 지치기 쉬운 요즘이지만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데 있어서는 괜찮은 날씨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바깥은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어요. 오늘은 그간 욱림솔훈의 이야기를 기다려주시고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자 합니다.
욱림솔훈의 메일링 서비스 1004는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총 3호에 걸쳐 157명의 독자분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간 총 36편의 메일을 통해 여러분에게 에세이, 시, 서간문, 전시 리뷰, 영화&책 대담, 인터뷰 등 다양한 글을 보내드렸고요.
1004, 하나 그리고 넷의 이야기의 시작은 그러했습니다. 대욱, 유림, 은솔, 영훈이 모여 2년간 차곡차곡 써온 글을 담은 <우리는 서로에 기대어>를 작년 가을 출간하며, 욱림솔훈은 독자분들과 글로 만나는 생경한 경험을 처음 하였습니다. 각자의 이유로 문학을 좋아하고 글을 쓰는 우리들이었지만 서로가 없었고 독자분들이 없었다면 하지 못할 소중한 경험이었죠. 그 경험을 거름 삼아 우리는 보다 다양한 모양으로 글을 나누고 싶어 졌습니다. 좋은 건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읽고 쓸 때 마주하는 여러 시선과 마음의 모양을 여러분에게 건네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모여 우리를 살아가게 만들기도 하니까요. 그럼 우리 독자분들에게 메일을 보내볼까...?
우리는 독자분들이 각자의 시공간에서 우리의 글을 마주할 순간들을 상상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메일링 서비스를 준비했습니다. 우리라는 사람들은 꾸준히 글쓰기 모임을 하고 글을 매개로 나아가는 사람들이니까 우리가 그렇게 쓴 글들을 하나씩 보내보자. 글로써 우리가 무언가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독자분들에게 우리 글을 읽는 경험을 소중하게 만들어주자.
그렇게 우리는 이월부터 유월까지 대욱, 유림, 은솔, 영훈의 '과거'로부터 출발해 욱림솔훈으로 만난 '지금'의 시선, 그리고 독자분들을 바라보며 '미래'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이 메일링 서비스에 담았습니다. 어떤 시절을 통과하는 기분으로요.
1004를 읽어온 독자분들 역시 각자의 시절을 통과하며 이따금씩 저희의 글을 마주했을 테지요. 우리는 이곳에서 메일을 부치기로 한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우리 이야기만 하고 있나 걱정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우리는 우리뿐만 아니라 타인의 시선과 시절이 궁금했고 만나고 싶었고 그것은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독자분들의 어떤 순간에 우리의 글이 정확하게, 혹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조금씩 스며드는 순간들이 있길 바라며 열심히 읽고 쓰고 고치고 나누는 것만이 우리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독자분들께서 글에 공감하고 감상을 남겨주시거나, 메일이 도착할 순간이 기다려진다, 글을 읽는 것의 소중함을 알았다, 글이 써보고 싶어 졌다고 담백하게 전해주실 때마다 저희는 행복했습니다. 우리 스스로 아쉽거나 잘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독자분들이 건네주신 마음들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욱림솔훈은 여러분이 건네주신 마음을 양분으로 글을 써 내려갈 것이고요. 욱림솔훈은 매달 모여 꾸준히 쓰고 읽고, 종종 작업실을 통해 독자분들과 만나는 모임을 가지며 글쓰기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가까운 계절엔 <우리는 서로에 기대어>에 이어 새 책을 준비 중에 있고, 어쩌면 훗날 1004도 더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여러분께 인사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욱림솔훈의 한 시절을 함께 걸어주시고 기꺼이 우리의 독자가 되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장마가 그치고 쨍한 볕이 드는 날이 오면 우리는 어떤 시절을 지나 다시 만날 시절의 이야기에 이미 도착해 있을 테지요. 그 날을 기다리며 1004 독자분들에게 안녕을 전합니다. 여러분의 시절에 써 내려갈 이야기를 욱림솔훈이 응원하고 있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