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기차역에는
시계탑이 있다
우리 엄마는 몸이 아프면
약국을 가지 않고
세월이 약이다
라고 적고 문장에 동그라미를 쳐요
어떤 일초 동안엔 사랑이 불꽃처럼 일고
일백 년 동안 서서히 굳어가는 사랑도 있다고 배웠습니다
개의 시간은 사람보다 일곱 배 빠르다는데
노견을 집에 두고 새벽으로 나서야 하는 이와
그의 체취로 그리움을 알게 되는 개가 밤에 만나면
둘은 안개 같은 눈을 마주하고 무슨 대화를 나누게 되나요
어린 배낭 여행자는 시간이 많고
노인들은 벤치에 앉아 이방인의 젊음을 찬찬히 바라보아요
여행자는 그들을 사진에 담고
그 사진은 시간이 지나 빛이 바래고
노인들은 모두 어디로 갔나요
그러다 밤이 찾아오고
언제나 그곳에
역무원은 허공에 춤을 추며 노래해요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나는 지난밤 꿈에서 무엇이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고 일어나 이렇게 말해요
오분만 더
캐러멜처럼 달콤한 그 오분
출근하는 이들은
에스프레소 바에 서서 오분만에 커피를 마시고
같은 찰나
어느 지하철에선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이동할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오분
그들의 얼굴에는
내 언젠가의 얼굴이 있고
언젠가의 얼굴도 있네
생의 중력은 얼굴마다 다르고
중력이 강한 곳에선 시간이 느리게 가니까
시간은 흐르지 않는 게 아니라
공평하지 않은 거 아닌가요
우리는 매미 같아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겁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자꾸만 울고
해수면은 높아지고
우리가 시간을 불공평하게 하네
우리는
삼차원의 시공간에서
과거를 다듬고 미래를 더듬으며
표준시에 산다
녹색 칠판엔 쓰여 있다
시간은 존재하나요?
소설가가 꿈인 어느 아이가 떨리는 목소리로 발표를 한다
나무 의자에 빛이 들고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면
세상은 떨리고
우리는 울어요
우리가 운다면
시간은 존재해요
창문 밖에는 삼백 년을 자란 나무가 있고
나뭇가지들은 서로 교차하고
꿈속의 날갯짓이 여기에 도착하면
나뭇잎들은 시곗바늘처럼 사각사각 소리를 낸다
맴맴-
이것은
언젠가의 기억
언젠가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