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대해 쓰며 시간을 감각한 기록.
속도
요즘은 시간이 너무 빠르다. 말하고 보니 요즘만 그랬던 건 아닌 것 같고 자주 그렇다. 정말 즐거운 일이 가득한 시간을 보냈을 때도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고 말하고, 할 일이 많아 바쁜 시간을 보내도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표현한다. 시간을 빠르게 또는 느리게 속도에 비유하는 모습은 시간을 소유하고 싶은 욕심을 드러내는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필요해서, 시간을 붙잡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 시간이 혼자 빨리 달려가 버린 것이라고 말하게 된다.
보고 싶은 것
시간은 애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거나 보였다가 사라져버리고 만다. 시간을 보려고 잠금 화면을 보았지만 정작 시간을 보지 못한 채 습관적으로 화면을 다시 잠근 적이 종종 있었다. 시간이 중요해서 시간을 보려 했던 것 같은데, 시간에 연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불쑥 시야를 흐린다.
커피 커피는 시간에 따라 느낄 수 있는 맛이 다르다. 따뜻할 땐 원두의 신맛을, 식으면 단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타투
타투이스트는 섬세한 선으로 그린 결이 면으로 번진 모습으로 지나간 시간을 가늠한다.
할머니와 산과 별
6.25 전쟁이 끝난 직후 태어난 할머니의 70년 세월은 20대의 나에겐 아득한 시간이지만, 오래전 하늘을 향해 솟아난 산에게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일 것이다. 산은 별의 세월을 아득하게 바라본다. 별도 떠나본 적 없는 저 너머의 우주가 있다. 그곳에선 할머니와 산과 별이 같은 시간에 머물고 있을까.
시식
초침을 삼킨 사람
분침을 삼킨 사람
시침을 삼킨 사람
허기짐에 삼킨 초침이 부른 딸꾹질
분침이 주는 일시적 포만감
시침 그리고 단식
시공간
지나간 시간은 기억이 되고 기억에는 공간이 존재한다. 다가올 시간 앞에서는 공간을 예측할 수 없어 두 발이 허공에 뜬 것만 같다. 공중을 걸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두 발을 잠시 붙이기 위해 뒤를 돌아본다.
도돌이표
할머니에게 할아버지가 남긴 상처. 아빠가 흥얼거리는 김광석의 노래. 나이를 먹으면 어떤 기억 속에 도돌이표가 생긴다.
충무로역 6-4에 서서
빠른 엘리베이터 출구를 찾게 될 나이가 올 거야.
시간 - 김창완 밴드
시간의 조각을 모아놓고 보니 시간이 더욱 어렵게 느껴졌을 때였다. 시간에 관한 글을 쓴다고 말했더니 한 벗이 다른 말 없이 이 노래를 건네주었다. 나는 다시 시간에 대해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노래를 건넨다. 그가 나눠준, 시간을 느낄 수 있는 너그러운 시간을 당신에게도 건네고 싶다. |